Search

[일사일언] 그래도 음악은 이어진다 - 조선일보

dangdutandutdut.blogspot.com
입력 2020.08.25 03:00

칼럼 관련 일러스트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고, 사회의 핵심 기능들은 마비된다. 세간의 관심은 덜했지만 문화 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유명 오페라단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지켜보며, 문화계는 지금까지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코로나로 관객들은 공연장에 모일 수 없었고, 관객이 없는 공연장은 더 이상 존립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빈사 상태의 클래식은 사망 선고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음악가들은 관객이 없는 상태로 공연하는 무관중 생중계를 시도한다. 바이러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예술성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음악가들은 카메라 앞에 서고, 관객들은 랜선 너머 존재했다. 말 그대로 '랜선 음악회'.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었다. 한번 무너진 예술 생태계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건 어느 분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그렇게 음악은 계속되었다. 공연장이라는 개념은 확장된다. 음악가들은 각자의 집에서, 넓은 호수 위에서, 텅 빈 주차장에서, 또 발코니에서 노래했다. 공연장을 나온 음악은 이렇게 생명을 이어 갔다. 특히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텅 빈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담담히 노래하는 공연은 큰 화제를 모았다. 랜선 너머 관객들은 영상에 울컥했다. 미학적 측면보다는 음악이 전달하는 희망이란 메시지 때문이었다.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4000만회를 넘어섰다.

음악은 무질서하게 놓인 소리들에 질서를 부여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하지만 창조된 음악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공기의 진동에 불과했던 소리엔 위로와 희망이 담긴다. 그리고 우리의 귀와 뇌를 지나 마음에까지 다가온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음악'이라고 칭한 것의 본질이다. 음악이 무대를 잃어버리자,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욱 절실히 그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현 시대의 음악가들이 음악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다.

Let's block ads! (Why?)




August 25, 2020 at 01:00AM
https://ift.tt/34tOZA3

[일사일언] 그래도 음악은 이어진다 - 조선일보

https://ift.tt/3ffJW8k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일사일언] 그래도 음악은 이어진다 - 조선일보"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