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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1년간 걸어간 3km, 우주의 역사를 바꿨다[과학을읽다] - 아시아경제

미국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착륙 1주년 맞아

그가 1년간 걸어간 3km, 우주의 역사를 바꿨다[과학을읽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그'가 1년간 걸어 간 3km가 우주의 역사를 바꿨다."

미국이 화성에 보낸 탐사 로보 퍼서비어런스가 착륙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사상 최초로 화성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등 인류의 우주 탐험 역사에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또 동반한 무인 헬리콥터로 인류 최초 외계 행성 비행을 성공시키는 등 다양한 과학 실험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무려 27억달러가 투입돼 만들어진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2월18일 화성 적도 바로 위쪽의 예제로(Jezero) 분화구에 착지해 임무에 들어갔다. 화성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생명체의 흔적과 물의 존재 여부를 탐색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아직 이같은 임무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고대 강이 흐르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각주를 따라 3km가 넘게 탐색 여정을 진행하면서 3차례에 걸친 암석 표본 채취에 성공하면서 놀라운 발견들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예제로 분화구의 토양이 수십억년 전에 용해된 암석들이 냉각ㆍ응고되면서 생성된 화성암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예제로 분화구의 삼각주가 물과 바람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퇴적되면서 생겨난 퇴적암으로 구성됐을 거라고 믿었지만, 전혀 다른 탐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화성암은 생성 연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몇년 뒤 진행될 회수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로 운반되기만을 학수 고대하고 있다.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화성 표면 특정 지점의 암석 생성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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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서비어런스는 또 물의 존재를 암시하는 탐험 결과도 보내왔다. 지난 8월 첫번째 수집한 암석을 뚫어본 결과 지구에서 흔히 발견되는 물이 암석에 흡수돼 흐를 때 생성되는 염분으로 둘러 싸인 구멍이 있는 화성암과 아주 유사한 내부 구조가 확인됐다. 이같은 암석의 구조는 고대 화산 폭발에 의해 생성됐다가 물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생겨났을 수 있다. 그동안 화성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생명체 친화적 환경에 의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이 샘플은 부서져 저장 장치에 제대로 삽입되지 못해 소실된 상태다. 하지만 퍼서비어런스는 한 달 후 소실된 샘플과 유사한 형태를 가진 두 번째 암석 표본을 채취해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은 이 암석 샘플에 '마즈(Maaz)'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제제로 분화구 바닥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퍼서비어런스는 남서쪽으로 이동해 세이타 사구 지역을 우회하면서 두 차례 더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곳의 샘플도 역시 화성암으로 확인되면서 과학자들의 그동안의 예상을 고스란히 깨뜨리고 말았다. 과학자들은 세이타 지역도 암석들이 다른 층위로 구성된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퇴적암일 것이라고 예측해 왔었다. 퍼서비어런스는 뿐만 아니라 이 암석들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감람석(olivine)과 휘석(pyroxene)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구에서도 화성암이나 화산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물 성분들이다. 과학자들은 샘플 암석들에게서 물과 오랜 세월 동안 상호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했다. 일부 화성 운석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생성된 유기 분자를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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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서비어런스는 현재까지 최소 30개 이상의 화성 암석 표본과 먼지, 공기 샘플들을 채취했으며, 이후 특정 장소를 택해 이를 보관할 예정이다. NASA는 2031년 이전까지는 또 다른 탐사선을 보내 샘플을 회수한 후 화성 궤도에 쏘아 올려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이제 목표로 했던 고대 강의 삼각주를 향해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엔 하루 240m를 이동해 화성 착륙 후 가장 긴 이동 거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는 5월 이후엔 삼각주에 도착해 표본 채취 및 영상 전송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임무 수행을 위해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최초 착륙 장소로 되돌아가 추가로 암석 표본을 채취할 예정이며, 다시 방향을 돌려 세이타 사구 지역을 우회해 삼각주로 향할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의 이같은 속도는 2012년 미국이 게일 분화구 탐서를 위해 화성에 보낸 또 다른 탐사 로버 '큐리아서티'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그가 1년간 걸어간 3km, 우주의 역사를 바꿨다[과학을읽다]

고난도 만만치 않았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12월 수집한 작은 암석들을 드릴로 뚫던 도중 중 떨어뜨려 샘플 수집 장비의 일부 매커니즘을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게 했었다. NASA 엔지니어들은 작은 암석들을 떨쳐 내기 위해 결국 동체를 천천히 흔들도록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몇 주 동안엔 화성에서 엄청난 강도의 바람이 불면서 작은 암석 조각들이 로버의 윈드 센서에 침입하면서 손상을 입기도 했다.

로버에 탑재된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도 맹활약하고 있다. NASA 과학자들은 당초 인저뉴어티가 30일간 5차례 비행을 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이나 버티면서 19회 3.8 km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NASA는 앞으로도 인저뉴어티를 활용해 퍼서비어런스보다 앞서 탐험 예정 지역을 살펴 보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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