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듣는 음악, 입을 수도 있을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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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지금 듣는 음악, 입을 수도 있을까? 음악 티셔츠 수집기를 다룬 책 ‘음악을 입다’(브릭스)가 최근 출간되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PR 디렉터로 일하는 백영훈씨(50)가 25년 동안 티셔츠를 모은 과정을 담았다. 앨범을 사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음반 수집가 한두 명은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티셔츠까지 수집하는 사람이라니, 뭔가 생소하다.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뮤직 티셔츠는 뮤지션의 얼굴, 로고부터 앨범 커버나 공연 기념 이미지 등 음악과 관련한 무언가가 프린트된 모든 티셔츠를 말한다. 흔하게는 밴드 티셔츠라고도 불린다. 라디오헤드, U2, 욜 라 탱고, 펫 샵 보이스, 노라 존스, 데이비드 보위, 지미 헨드릭스, 마빈 게이. 저자는 공연에 가서 공연 기념 티셔츠를 사고, 뮤지션의 공식 사이트에서 그들의 아이콘이 그려진 티셔츠를 직구한다. 여름 시즌이면 SPA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뮤직 티셔츠 구매 목록을 작성하고,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싶으면 직접 만들어서 입기도 한다.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저자는 ‘뮤직 티셔츠를 직접 고르고 구매해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식 뮤직 티셔츠는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한정 수량만 만들기에 금세 품절되고, 공연장에서만 판매하기도 하며, 티셔츠의 질과 사이즈까지 생각하면 내게 맞는 티셔츠를 구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음반보다 그 음반의 티셔츠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음반 진열장을 보여 줄 것도 없이 티셔츠를 입었다는 자체가 음악광으로서 훌륭한 자기 증명이다. 그리고 티셔츠 한 장마다 구매하기까지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이것이 저자가 스트리밍 시대에도 변치 않고 고수하는 음악을 ‘애정하는’ 방법이다.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이 책에는 모두 열아홉 명의 뮤지션과 두 편의 영화 OST가 소개된다. 장르도 록, 재즈, 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하다. 따라서 이 책에 소개된 앨범의 타이틀곡만 정리해도 훌륭한 플레이리스트가 된다. 저자가 각 아티스트마다 선별해 놓은 유튜브 영상의 QR코드는 만날 듣던 음악 말고 새로운 안내가 필요한 사람, 이름만 알던 아티스트의 곡을 시도해 보고픈 사람들에게 믿고 들을 만한 믹스테이프 선물이 될 것이다.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길을 지나다 록, 헤비메탈 밴드의 로고만 박힌 티셔츠만 봐 온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양한 뮤직 티셔츠가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다. 저자는 ‘뮤직 티셔츠를 입는다는 것이 단순히 예쁜 옷을 입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들을 만한 음악이어야 하고, 입을 만한 이미지여야 한다.

“예를 들어 밥 말리의 티셔츠를 입는다는 것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건 물론이고 그가 이야기한 평화, 사랑, 인종차별 반대의 메시지에 동참하는 행위인 것이지요.”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음악은 패션이 되는 지점에서 단순히 귓가에 울리다 사라지는 소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들을 뿐만 아니라 볼 수도 있고 아티스트의 사상과 이미지를 빌려와 나를 표현할 수도 있다. 팝 키드로 살아온 저자가 나누는 뮤지션, 앨범, 공연 관람에 관한 이야기, 거기에 새로운 음악의 믹스테이프와 패션 코드까지 제안하는 이 책은 우리시대의 ‘팝’ 그 자체다.

‘음악을 입다’ 내용 중에서/브릭스

저자 백영훈씨는 1990년대의 팝과 록에 어지러이 매혹당하며, 장래 희망으로 FM 라디오 DJ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어렸을 적 바람과는 달리 글로벌 IT기업에서 25년 이상 일을 해오고 있다. LG전자, EMC, 다쏘시스템에서 기업 홍보와 광고, 마케팅을 전담했다. <자료제공 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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