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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의 그 영화 그 음악] 바람 잘 날 없어도 80년간 흘렀다, 스타이너의 명곡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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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3 05:0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주제곡

김성현 기자
개봉한 지 8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회자되는 걸 보면 분명히 걸작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서 멜라니 역의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해빌랜드가 최근 104세로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에는 미 남부의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영상 서비스인 HBO맥스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바람 잘 날 없이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1860년대 남북전쟁이 배경. 백인 아가씨는 편하게 잠들어 있는데 흑인 하인들은 부지런히 부채질을 하는 초반 장면부터 불편함을 느낄 법했다. 남부군의 승전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도 남부 연합기가 배경으로 걸려 있다. 지금도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미국 사회에서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깃발이다. 소설 '작은 아씨들'과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노예제 철폐를 주장한 북부의 시각을 반영한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부의 정서를 대변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연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와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의 포옹 장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연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와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의 포옹 장면. /MGM

이 영화는 2차 대전 직전의 할리우드 황금기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주역이 있다. 도입부와 결말을 장식하는 주제곡 '타라의 테마(Tara's Theme)'를 쓴 영화음악 작곡가 맥스 스타이너(1888~1971)다. '킹콩'(1933)과 '카사블랑카'(1942) 등 300여 편을 작곡한 그는 '영화음악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타이너는 12세 때 첫 희가극을 작곡한 음악 영재다.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 미국 뉴욕에 도착했을 때 수중에 쥔 돈은 32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편곡·지휘로 명성을 얻은 뒤 할리우드로 향했다.

19세기 독일 작곡가 바그너가 등장인물과 사물을 상징하는 유도 동기(Leitmotiv)로 오페라를 촘촘하게 직조한 것처럼, 스타이너는 '타라의 테마' 같은 주제 음악을 영화음악에 도입했다. 실제 그는 "바그너가 우리 시대에 살아 있었다면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클래식 교육을 받은 작곡가들이 미 영화음악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6·25전쟁 직후인 1957년 국내 상영됐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던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무너진 고향을 굳건하게 지키는 스칼릿 오하라의 모습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로 의역된 스칼릿의 명대사가 오랫동안 관객의 뇌리에 남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언제나 과거는 그리움과 반성의 대상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 영화가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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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3, 2020 at 03:0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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