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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깊은 착한 드라마… 음악으로 세대를 이어주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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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같은 이야기도 그 사람이 하면 끌린다. 이런 사람을 이야기꾼이라 부른다. 조선 후기 조수삼(趙秀三)의 문집(추재집)에 ‘전기수의 책 읽는 솜씨가 뛰어난데 그가 어디쯤 이르러 읽기를 멈추면 사람들은 그다음 대목을 듣고 싶어서 다투어 돈을 던져 주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전기수(傳奇수)는 인명이 아니라 직종이다. 조선의 스토리텔러들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며 돈도 벌고 인기도 얻었다.

작가, PD는 현대판 전기수다. 그들이 합작해 만든 이야기는 다양한 종류의 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라야 광고주가 몰린다는 걸 그들은 안다. 예전부터 음악동네 도로명 중엔 ‘이야기 길’이 있었다. ‘어깨동무 내 동무/ 이야기 길로 가자/ 옛날 옛날 옛적에/ 간 날 간 날 간 적에/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기 길로 가자’(동요 ‘이야기 길’ 중).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훈은 ‘바르고 슬기로우며 튼튼한 어린이’였다. 옛날 교훈이 되살아난 건 순전히 tvN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 덕분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머잖아 ‘슬기로운 가수생활’ ‘슬기로운 교사생활’도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같은 채널에서 방송한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이들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부터, 1994, 1988. 들쭉날쭉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10편 이상 더 나올 거라 예측, 아니 기대한다. 이렇듯 ‘슬기로운’ ‘응답’ 시리즈물이 동일한 작가와 PD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왔다는 게 신통방통하다. 신원호 PD(94학번)는 이우정 작가와 ‘감빵생활’ 빼고는 다 함께했다. 도대체 어떤 조합이기에 이렇듯 오래갈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어’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좋겠어’(‘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중).

행운은 만나는 거지만 행복은 만드는 것이란 말이 딱 들어맞은 경우다. 지속 가능한 연속물에 시청자들이 호의적으로 응답한 데는 음악의 힘도 컸다. ‘어두운 불빛 아래 촛불 하나/ 와인 잔에 담긴 약속 하나/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 거야/ 날 믿어준 너였잖아’ 극 중에서 조정석이 ‘아로하’를 부른 건 단순히 노래 한 곡을 부른 데 그치지 않는다. 제작진은 자기가 좋아하던 음악을 기억의 창고에서 꺼냈고, 그 음악을 미지의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확장했다. 그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잊고 지낸 추억과 접속했고, 마침내 그 음악의 탄생에 기여했던 사람들에게 입금까지 시켜주었다. 이 순환고리야말로 현대판 전기수들이 행사한 선한 영향력의 산물 아니겠는가.
노래에도 운명이란 게 있다. 같은 노래라도 어떤 사람이 부르면 더 감미롭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고 잘 부른 노래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비탈에 핀 들꽃 신세가 된다. 꽃이 꽃밭이 되려면 꿀벌과 바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슬기로운 매개자를 만나면 죽은 줄 알았던 노래도 화사하게 응답한다.

‘잊었던 희망의 노래가 새록새록 솟고/ 그댈 그리며 사는 날들 꿈만 같아요’(‘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어반자카파 ‘그대 고운 내 사랑’ 중). 노래는 잘했지만 노래를 알릴 ‘이야기 길’이 없었던 송가인의 좌우명은 ‘내가 좋은 사람이 돼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 하자’라고 한다. 드라마 속 음악으로 가슴을 데워준 사람, 그것으로 시대를 깨우고 세대를 이어준 고마운 사람에게 전미도의 음성으로 노래 한 곡을 띄운다. ‘그대가 흔들린 대도 내가 잡을게요/ 아무 걱정 마요 내 손을 잡아요/ 처음 그날처럼 우리’(원곡 신효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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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0, 2020 at 08:2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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