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D는 현대판 전기수다. 그들이 합작해 만든 이야기는 다양한 종류의 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라야 광고주가 몰린다는 걸 그들은 안다. 예전부터 음악동네 도로명 중엔 ‘이야기 길’이 있었다. ‘어깨동무 내 동무/ 이야기 길로 가자/ 옛날 옛날 옛적에/ 간 날 간 날 간 적에/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기 길로 가자’(동요 ‘이야기 길’ 중).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훈은 ‘바르고 슬기로우며 튼튼한 어린이’였다. 옛날 교훈이 되살아난 건 순전히 tvN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 덕분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머잖아 ‘슬기로운 가수생활’ ‘슬기로운 교사생활’도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같은 채널에서 방송한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이들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부터, 1994, 1988. 들쭉날쭉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10편 이상 더 나올 거라 예측, 아니 기대한다. 이렇듯 ‘슬기로운’ ‘응답’ 시리즈물이 동일한 작가와 PD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왔다는 게 신통방통하다. 신원호 PD(94학번)는 이우정 작가와 ‘감빵생활’ 빼고는 다 함께했다. 도대체 어떤 조합이기에 이렇듯 오래갈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어’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좋겠어’(‘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중).
노래에도 운명이란 게 있다. 같은 노래라도 어떤 사람이 부르면 더 감미롭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고 잘 부른 노래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비탈에 핀 들꽃 신세가 된다. 꽃이 꽃밭이 되려면 꿀벌과 바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슬기로운 매개자를 만나면 죽은 줄 알았던 노래도 화사하게 응답한다.
‘잊었던 희망의 노래가 새록새록 솟고/ 그댈 그리며 사는 날들 꿈만 같아요’(‘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어반자카파 ‘그대 고운 내 사랑’ 중). 노래는 잘했지만 노래를 알릴 ‘이야기 길’이 없었던 송가인의 좌우명은 ‘내가 좋은 사람이 돼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 하자’라고 한다. 드라마 속 음악으로 가슴을 데워준 사람, 그것으로 시대를 깨우고 세대를 이어준 고마운 사람에게 전미도의 음성으로 노래 한 곡을 띄운다. ‘그대가 흔들린 대도 내가 잡을게요/ 아무 걱정 마요 내 손을 잡아요/ 처음 그날처럼 우리’(원곡 신효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July 10, 2020 at 08:2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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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깊은 착한 드라마… 음악으로 세대를 이어주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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