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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사진첩] '꿀잠'에 깃든 노동자들의 꿈 - 한겨레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거리 투쟁’ 노동자들의 안식처 지켜달라 호소
2016년 6월 열린 ‘꿀잠’ 후원전시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왼쪽)이 자신의 시 <묏비나리>의 한 구절을 문정현 신부(오른쪽)가 새긴 목판을, 문 신부는 백 소장이 쓴 붓글씨 액자를 들고 있다. 백 소장은 “나는 문정현 신부님의 몸서리치는 아픔을 볼 적마다 문득 돌개바람 몰아치는 외로운 깃발을 떠올리곤 했다. 달려가 뜨거운 소주라도 한 모금 부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 신부는 “백 선생님 말씀도 외로운 외침일 수밖에 없지. 그런데 외로운 외침이 있어야 해. 그래야 뭐든 생겨”라고 말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2016년 6월 열린 ‘꿀잠’ 후원전시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왼쪽)이 자신의 시 <묏비나리>의 한 구절을 문정현 신부(오른쪽)가 새긴 목판을, 문 신부는 백 소장이 쓴 붓글씨 액자를 들고 있다. 백 소장은 “나는 문정현 신부님의 몸서리치는 아픔을 볼 적마다 문득 돌개바람 몰아치는 외로운 깃발을 떠올리곤 했다. 달려가 뜨거운 소주라도 한 모금 부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 신부는 “백 선생님 말씀도 외로운 외침일 수밖에 없지. 그런데 외로운 외침이 있어야 해. 그래야 뭐든 생겨”라고 말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2017년 4월 24일 오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활동가·건축가·예술가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 골목, 25년 된 허름한 4층짜리 다세대주택 앞에 늘어섰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착공식에 참석해 서로의 안전모를 고쳐 씌워주는 이들의 표정에 설렘이 묻어났다. 앞날을 축복하며 이들이 가위로 자른 테이프에는 ‘비정규직·고용불안·저임금·장시간노동·불법파견·가짜사장·특수고용 대량해고’가 적혀 있었다. 비정규 노동자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잘라내야’ 할 것들이었다. 그 싸움을 위해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가들이 마음 편히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 ‘꿀잠’이 필요했다. 착공식에서 나눈 설렘은 굵은 땀방울이 되어 흘렀다. 사람들의 힘과 마음이 모여 꿀잠이 완성됐다. 그 뒤로 꿀잠은 거리에서 고된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의 든든한 집으로 자리잡았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숨진 뒤 그 어머니 김미숙 씨도,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가족도 꿀잠에서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투쟁사업장 지원, 노동역사기행, 법률 강좌, 나눔 및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 활동가들의 소중한 쉼터가 되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과,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활동가들은 4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꿀잠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앞줄 오른쪽), 오은주 고 문중원 열사 부인(앞줄 왼쪽) 등 이곳을 거쳐간 이들도 함께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과,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활동가들은 4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꿀잠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앞줄 오른쪽), 오은주 고 문중원 열사 부인(앞줄 왼쪽) 등 이곳을 거쳐간 이들도 함께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 꿀잠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 2구역 재개발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과,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활동가들은 4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꿀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재개발조합과 영등포구청에 ‘꿀잠 공간이 개인재산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수많은 이들이 마음과 역사를 담고 있기에 존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영등포구청이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겠다며 조합·꿀잠과 긴밀하게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재개발조합이 공시한 정비 계획 변경 조치 계획(안)에는 꿀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크게 우려했다. “2018년 12월 아들을 잃고 한달여 간 태안에서 여러곳에 머물다, 상경 투쟁을 위해 김소영 꿀잠 운영위원장과 꿀잠 쉼터에 도착했던 날이 기억난다. 늦은 저녁, 옥탑이 딸려있던 신길동 주택가의 꿀잠에 들어와 동지들에게 위로받았던 곳이다.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준 이곳이 재개발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말했다. 함께 울고 웃으며 거리의 노동자들을 품었던 꿀잠의 역사를 사진으로 모아본다.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 착공식이 2017년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안전모를 쓴 채로 ‘비정규직’, ‘저임금’ 등의 문구가 적힌 띠를 자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 착공식이 2017년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안전모를 쓴 채로 ‘비정규직’, ‘저임금’ 등의 문구가 적힌 띠를 자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꿀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2017년 8월 9일 오후 스타케미칼 조합원 차광호씨와 일꾼들이 옥상에서 나온 폐기물을 1층으로 옮기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꿀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2017년 8월 9일 오후 스타케미칼 조합원 차광호씨와 일꾼들이 옥상에서 나온 폐기물을 1층으로 옮기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6월20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재활용할 문짝을 새로 칠하기 위해 기존 칠을 벗겨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6월20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재활용할 문짝을 새로 칠하기 위해 기존 칠을 벗겨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송경동 시인이 지난 2월 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에 꿀잠을 짓던 자신을 사진에서 찾으며 당시 건축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송경동 시인이 지난 2월 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에 꿀잠을 짓던 자신을 사진에서 찾으며 당시 건축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아버지 문군옥씨(오른쪽 셋째)와 어머니 김혜숙씨(오른쪽 둘째), 아내 오은주씨(맨앞) 등 유족이 2020년 1월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 맨뒷줄)과 떡국을 함께 먹고 있다. 이날 떡국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준비한 사골로 꿀잠 활동가들이 준비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아버지 문군옥씨(오른쪽 셋째)와 어머니 김혜숙씨(오른쪽 둘째), 아내 오은주씨(맨앞) 등 유족이 2020년 1월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 맨뒷줄)과 떡국을 함께 먹고 있다. 이날 떡국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준비한 사골로 꿀잠 활동가들이 준비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9년 11월28일 오후 인천 동구 도화동성당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활동가들과 노동자들,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에 쓸 절임배추를 헹구고 있다. 2박3일 동안 배추 700여 포기를 김장해 비정규직 노동자들, 장애인야학, 꿀잠 활동가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9년 11월28일 오후 인천 동구 도화동성당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활동가들과 노동자들,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에 쓸 절임배추를 헹구고 있다. 2박3일 동안 배추 700여 포기를 김장해 비정규직 노동자들, 장애인야학, 꿀잠 활동가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우리밥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월 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쉼터 ‘꿀잠’을 찾아 새해 첫날부터 일터에서 쫓겨난 서울 여의도동 엘지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에게 대접할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우리밥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월 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쉼터 ‘꿀잠’을 찾아 새해 첫날부터 일터에서 쫓겨난 서울 여의도동 엘지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에게 대접할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관련기사: ·문중원 기수 아내와 해고노동자가 함께 차린 거리의 차례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5688.html ·비정규직·해고 노동자 쉼터 ‘꿀잠’ 문 열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7465.html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과 민가협 어머니가 700포기 김장하는 날 https://h21.hani.co.kr/arti/photo/story/47956.html ·따스한 밥 먹고 힘내세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47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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