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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처벌' 프레임 갇혀…피해구제 강화는 소홀 - 한겨레

여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우려 확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도종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도종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내 처리를 추진 중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해 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과 매출액 배상 기준을 삭제한 수정안을 17일 내놨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민주당 수정안도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으며,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징벌적 손해배상’(배액 배상)에 찬성해온 언론시민단체들조차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논의의 초점을 ‘가짜뉴스 처벌’ 대신 ‘피해구제 강화’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짜뉴스’ 프레임, 정치적 의도 비판 자초
다수 언론 전문가·활동가는 민주당안이 내용적 헐거움을 넘어 ‘정치적 의도’까지 비판받는 이유로, “무분별한 ‘가짜뉴스’ 프레임 활용”을 꼽았다. 가짜뉴스(fake news) 개념은 원래 영미권에서 수용자가 허구를 진실로 오인하도록 뉴스 형식을 가짜로 꾸며낸 행위를 의미했다. 이를 정치인들이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한 당파적 용어로 활용하고 , 언론이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과정에서 차츰 의미 범위를 넓혀갔다. 정부와 언론이 서로 “가짜뉴스 제조기”라는 공격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가짜뉴스 개념 남용’이 가짜뉴스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을뿐더러, 공론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제적으로 용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흐름이 형성됐다. 2018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가짜뉴스·허위정보’와 저널리즘을 구분했다. 이러한 국제적 인식은, 지난 12일 세계신문협회(WAN)가 “전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으로 낸 공식 비판 성명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의 발행 의도를 규정하는 기준을 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허위정보 문제는 개념 규정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얽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처벌’이라는 법적 규제 대상으로 삼기보다 ‘자율규제’에 방점을 둔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게 국제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일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계기로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짜뉴스 방지법’을 쏟아냈지만,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및 입법 전문성 부족 탓에 단 한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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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구제 강화’ 실효성 높이려면
현재 민주당안은 “‘비판보도 위축’이라는 부정적 효과는 명백한데, ‘피해구제 강화’ 실효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활동가의 의견이다. 물론 정정보도 요구 통로 확대, 추후보도 청구권 범위 확대 등 현재 민주당안에서도 ‘피해구제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조항들이 있다.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도입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비판적 보도가 무분별하게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여전히 시민 개인이 부당한 언론보도 피해 대응을 하기 쉽지 않은 점, 언론이 ‘정정보도’에 인색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구제 강화’ 취지에 맞춰서 법안을 수정·처리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구제 강화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손배액 상향(현실화)’과 관련해서는 좀 더 면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보도 피해 관련 판례를 보면, 손배액은 원고가 주장하는 실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치거나 손배액 산정 과정 자체가 생략된 게 대다수다. “언론보도로 인한 손해인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최고 손배액을 기록한 2016년 ‘롯데칠성음료주식회사 대 한국소비자티브이 주식회사 외 1명’ 사건 선고에서도,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한 배상액 135억2400만원 가운데 33억원만 인정했다. 언론사가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를 부른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실제 입은 손해액의 40%까지만 받아들였다(2018년 대법원 확정). 권태상 변호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해 낸 논문 ‘인격권 침해로 인한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에서 2015~2018년 선고된 언론의 인격권 침해 판례를 살핀 뒤, “(법원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사안에 나타난 재산적 손해의 정도와 비교하면 충분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손배액 산정 기준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현재 언론보도 피해에 대한 손배액 산정을 할 마땅한 기준 자체가 없다. 기존 판례를 통한 정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안은 언론만 ‘처벌’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공론 절차는 언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며 “위자료 인용액이 일반 상식에 비추어 낮게 형성된 원인을 살피고, 적정한 위자료의 수준과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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